나는 아주 평범한 농부의 아들이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저 그런 평범한 농부가 될 거라고 의심치 않았는데
나의 예상은 아주 정확히 빗나갔다.
어느 날 전쟁이 일어났다.
"아들! 당장 일어나!"
농부에겐 이름이 없다. 농부가 자식이 생겨도 자식에게 이름을 지을 권리조차 없었다. 이름은 귀족들에게만 허락된 일이였기 때문이다.
소년은 졸린 눈으로 "무슨 일이에요?" 물었지만 아버지는 이유를 말 할 여유조차 없었는지 무척 다급한 표정으로 아들의 손목을 부여잡고
집 밖으로 나갔다. 소년은 집 밖으로 나가기 전까지는 '또 대피훈련인가? 아 귀찮다.' 라고 생각했지만 집 밖으로 나오자 자신이 알고 있던 풍경이
다르게 변했다는 걸 알게 되곤 잠이 확 달아났다.
"엄마?"
소년의 엄마는 집 밖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가슴엔 긴 막대기. 창이 가슴 부근에 박혀있는 채로 쓰러져있었다.
"아빠 엄마! 엄마!"
소년은 다급하게 말했지만 아버지는 듣는 채도 안하며 소년을 질질 끌고 갔다. 하지만 소년은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진 않았다.
엄마가 먼저였다. 점점 멀어져 가는 엄마를 보고 있잖니, 이대로 마냥 보고있을수만 없기에 강하게 아버지에게 잡힌 손목을 뿌리치며 집 쪽으로
다시 돌아갔다.
"이 멍청아! 당장 안돌아와!"
아버지는 말은 그렇게 했지 몸은 소년과 정반대로 뛰어갔다.
"헉헉"
소년은 엄마에게 다가가 그 자리에 풀썩 쓰러져 버렸다.
"장난치는거죠? 빨리 일어나요. 어서. 이 창은 뭐에요? 장난이 너무 심하잖아요. 엄마? 빨리 일어나요."
가슴속에서 뭔가 울컥하고 올라온다. 토했다. 쓰러져 있는건 엄마뿐만이 아니라 집 주위에 살고 있던 다른 농부들 역시 엄마와 다르지 않았다.
이 상황이 믿을수 없다는 듯 자신의 볼을 꼬집기도 하였지만 달라진 건 자신의 볼이 멍든 것 뿐. 상황은 그대로 흘러갔다.
"도대체 누가 이런짓을."
소년의 눈빛에선 슬픔에서 분노로 바뀌었다. 집으로 뛰어 들어가 농업용 낫을 양 손에 쥔 채 주위를 배회하며 이리 저리 눈을 부라렸다.
하지만 보이는 건 오직 시체뿐이며 그 외엔 특별한 건 보이지 않았다. 한 참을 그렇게 시간을 보내자 소년은 무기력해지며 다시 시체가 되버린 엄마에게
돌아가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눈에서 눈물이 흐르자 보랏빛 하늘이 점차 뿌옇게 보이자 눈을 감고 눈물을 닦고난 후 다시 눈을 뜨자 한 소녀가 보였다.
소년은 가슴이 철렁거리며 재빨리 몸을 굴려 자리에서 박차 일어나 낫을 겨눴다.
"넌 누구지?"
소년을 바라보던 소녀는 무척 이상하게 생겼다.
잿빛피부에 검은색 머리카락과 검은색 눈동자. 그리고 옷이라고 부르기엔 민망한 복장이였다. 중요 부위만 가린채 홀딱 헐벗다니?
소녀는 소년을 바라보다 말했다.
"니가 인간이니?"
마치 자기는 인간이 아닌 것처럼.
"무슨 소리야. 너도 인간이잖아! 넌 누구야!"
소녀는 소년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그 자리에서 사라져 소년의 뒤에 나타났다.
"넌 장난감. 난 주인."
"뭐?"
"잠깐 눈좀 붙여라."
소녀는 소년의 귓가에 입바람을 훅 하고 불더니 소년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고, 소녀는 그대로 쓰러진 소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마족의 기를 그렇게 발산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니 좋은 연구대상이 되겠어."
소녀는 오른손을 허공에 한 번 빙글 하고 돌리더니 그 자리에 성인 3명 쯤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생성되었다.
"이제 돌아가야겠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다간 오라버니가 또 잔소리하겠지?"
소녀는 소년의 발목을 잡고 그대로 구멍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소년이 다시 눈을 떳을땐 그곳은 처음으로 들어가 본 감옥이였다. |
천화
마지막잎새
발자취
새파란소
모르면쌉쳐
키든
똥차타고과속-
우버냠냠
새파란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