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쌉이 눈 앞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야, 장난치지마... 이런 장난... 하나도 재미없거든?"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지만 잠시 후에서야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허둥지둥 휴대폰을 들고 119에 전화를 했다. 매 순간이 너무 촉박하게 느껴졌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걱정 때문이었을까? 눈에서는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 후 구급차가 와서 모쌉을 실었다. 싱내 역시도 구급차에 탑승했다.
병원에 거의 도착할 무렵, 모쌉이 눈을 부비적 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음.. 여긴 어디지?"
나와 거기에 탑승해 있던 사람들 모두 놀랐다. 하지만 갑자기 쓰러진 것에는 원인이 있을테니
병원으로 계속 향했다.
모쌉만 진찰을 위해 병실로 들어가고 싱내는 밖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잠시 후 모쌉이 밝은 표정으로 병실에서 나왔다.
"특별히 이상은 없다던데? 혹시 모르니까 오늘 하루 입원하고 내일 아침에 퇴원하레 히히"
"뭐가 좋아서 그렇게 웃냐? 바보야!"
"왜 화를 내고 그래..?"
지금 가장 웃고 싶은 사람은 싱내였다. 누구보다도 모쌉을 걱정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모쌉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의 옷소매가 젖어있음을 말이다.
다음 날 싱내는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후아아아암... 지금이 몇시지? 보자.. 8시.. 20분이구나 하핫.. 이런!"
허겁지겁 채비를 마친 싱내가 집을 뛰쳐나가고는 전속력으로 학교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모쌉 때문에 잠을 설쳤기 때문에 늦잠을 잔 모양이다.
'딩동댕동'
지각생들에게는 가장 무서운 소리인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싱내가 들어왔다.
"세이프!"
싱내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 때 고리타분한 반장인 마결이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아깝지만 4초 지각이야."
"4초 정도는..."
"지각은 지각이야"
참으로 융통성이 없는 반장이였다.
싱내는 지각한 벌로 조용히 중앙현관을 쓸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누군가 뛰어왔다.
굉장한 스피드였다. 그나저나 이렇게까지 지각한 학생이 있다는 사실이 왠지 웃겼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모쌉이였다.
"망할 의사자식.. 조금 늦게 퇴원시켜주면 학교 안가도 됬는데 말이야!"
"안녕 모싸..."
인사를 받아줄 여유따윈 모쌉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재빨리 실내화로 갈아신고 3층 교실로
달렸다.
한편 병원에선 의사가 이상한 표정으로 모쌉의 몸상태를 찍은 사진을 보고 있었다.
"자..잠깐? 이봐 간호사"
"네?"
간호사가 진찰실로 들어왔다.
"모쌉이라고 어제 그 학생 알지? 당장 병원으로 오라고 해!"
"네.."
간호사는 진료실을 나와 모쌉의 휴대폰 번호를 찾기 시작했다.
'딩동댕동'
그제서야 싱내의 청소가 끝났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4초 지각한 나는 중앙현관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데 훨씬 늦은 모쌉은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의문을 품은 채 교실로 들어갔다.
망할 마결이 모쌉을 봐주고 있었다. 사람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원...
"야! 난 청소하고 왔는데 모쌉은 왜 봐주냐"
"얜 어제 아파서 입원했다잖아 그래서 오늘 아침에 퇴원하자마자 와보니까 이 시간이레"
"하지만... 말을 말자"
싱내가 모쌉의 옆자리에 앉자 모쌉의 주머니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누구야!"
반장 마결이 화가난 듯 소리쳤다.
"미안 반장 하하.. 나야 휴대폰 내는 걸 깜빡했어"
"괜찮아 히힛"
'저 밉상...'
모쌉이 휴대폰을 들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싱내는 유리 너머로 모쌉이 전화 받는 것을 봤다. 그런데 유리 너머로 보이는 모쌉의 표정은
조금씩 굳어갔다.
잠시 후 모쌉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와 말했다.
"반장, 나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하니까 병원조퇴로 처리해 줘 자세한 상황은 나중에 설
명해줄게 미안해 히힛"
"어?"
반장 마결이 뭐라고 할려 했지만 너무 순식간의 일이라 아무 대꾸도 못하고 모쌉을 보내주었다.
보내주었다기 보다는 뭔가 일방적인 느낌이 조금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못 보았지만 싱내는 모쌉의 표정이 상당히 심각한 것을 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모쌉은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학교에서 병원까지는 비교적 가까웠다. 병원 바로 앞에서
자신의 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을 보았다. 잘못 봤나 싶어 다시 보니까 아무것도 없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채 병원으로 들어갈려고 돌아서니 자기 바로 앞에 그 여학생이 와있었다.
"이별을 각오한 사람의 사랑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어 헤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헤어짐의 고통이
자신에게 올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최소한의 추억만으로 만족해버리니까..."
"무슨 소리야?"
의미심장한 소리였다. 모쌉이 물어보자 여학생은 몇마디 의미심장한 소리를 더 하고는
돌아서서 가버렸다.
모쌉은 그냥 그 자리에 서서 우두커니 여학생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주머니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아까 병원 관계자의 번호와 같아 병원으로 달려갔다.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는 모쌉에게 몇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한시간 정도 흘러 모쌉이 진료실에서 나왔다.
진료실에서 나온 모쌉은 한층 안색이 좋지 않았다. 무언가 공허한 표정이였다.
그저 멍하니 걸어 도착한 곳은 근처 놀이터였다. 이른 시간이라 아이들도 보이지 않는 그곳의
그네에 조용히 앉아 하늘만 바라보았다.
모쌉은 휴대폰을 열어 시간을 보더니 학교 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10시 쯤 모쌉이 교실에 들어와 조용히 싱내 옆자리인 자기 자리에 앉았다.
"병원 조퇴라니? 병원에는 왜 갔는데? 어디 안좋아?"
싱내가 여러가지 질문을 했지만 모쌉은 귀찮다는 듯 뿌리치며 책상에 엎드렸다.
모쌉이 싱내를 뿌리친 이유는 여학생이 마지막에 한 소리 때문이였다.
'이기적인 남자가 될거야? 차가운 남자가 될거야?... 무슨 소리였을까?'
기분도 안좋은데 괜히 이상한 소리까지 떠올라서 그냥 짜증 밖에 안났다.
수업이 끝나고 모쌉은 조용히 일어나 혼자 나갔다. 싱내는 모쌉을 따라가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갔다. 싱내가 도착한 곳은 어제 밤 모쌉이 실려갔던 병원이였다.
간호사에게 다가가 모쌉이 무슨 병에 걸렸냐고 물어보았다.
"저기 어제 밤에 온 모쌉이라는 환자 말인데요... 혹시 무슨 병에 걸렸나요?"
"관계자 되시나요?"
"네.. 뭐 일단은.."
"지금 환자도 없고 하니 진료실에 들어가서 물어보셔요."
"네.."
싱내는 진료실에 들어가 정중히 인사하고 모쌉의 병에 관해 물었다.
"어제 밤에 온 모쌉이라는 환자가 혹시 심각한 병이라도 걸렸나요?"
"확실히는 잘.. 저도 처음보는 병입니다. 일종의 바이러스
같은 것으로 보이는데 무언가가 신체의 거의 모든 장기를 조금씩 퇴하시키고 있어요.
아마 제대로 된 통증이 느껴져 신체에 이상이 왔다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거의 모든 장기가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즉사할 것 같습니다...
아마 6일 후에..."
"사..사망이요?"
싱내는 병원을 나왔다. 그 무렵 모쌉은 병원 근처 놀이터의 그네에 앉아 아까처럼 하늘을 보고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이기적인 남자... 차가운 남자... 사람이 죽어갈려 하니 생각보다 이해가 쉽네...
이기적이라는 건 내가 죽었을 때 누군가 슬퍼하게끔 지내는 것이겠고...
차갑다는 건 짧은 시간 동안 까칠하게 대해서 나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게 하는 것인가?
둘다 좋은 것은 아니네... 하지만 나라면 차가운 남자가 되겠어...'
모쌉이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있을 무렵 싱내가 그 근처를 지나가다 그네에 앉아있는 모쌉을
보았다.
'탁' 싱내가 모쌉의 어깨를 툭 쳤다. 모쌉의 뒤를 돌아보자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니가 뭘 알겠냐...'
모쌉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어디론가 향했다. 환하게 웃고 있던 싱내도 마음 속으로는
굉장히 슬펐다. 스스로는 모쌉의 병에 대해 부정하고 싶어 단지 웃었을 뿐이였다.
모쌉이 걷고 있는데 멀리서 아침의 그 여학생이 모쌉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모쌉이 무시하고 갈려고 했는데 그 여학생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난 건담이라고 해... 차가운 남자... 그것을 선택한 것은 너야 후회하는 것 또한 너고..."
건담의 말에서는 언제나 미래를 가르키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예지 같은 느낌... 신비스러운
소녀였다.
"넌 왜 다 아는 듯한 말투지...? 내가 병원에 가기도 전에 넌 나에게 헤어진다는 말로 말을
돌려 했지만 분명 내가 죽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한 소리 아니야? 도대체.. 뭐냐고!"
"만약 니가 쌀쌀맞게 굴어서 그 애가 널 싫어하게 된다면 넌 행복해? 그 아이가 고통을 덜 받을테니
넌 그걸로 된거야?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야 그 누구도 나아지지 않아 오히려 더 심해질 뿐이라고
차갑게 굴다가 니가 죽어버렸을 때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하고 너의 상황도 헤아리지 못하고 괜히
널 미워했다는 것에 슬퍼할 그 애를 생각해 봐 너의 선택은 그저 이기적인 남자일 뿐이야..."
"나보고 뭘 선택하라는 거야..."
"난 너에게 선택할 리스트를 준적이 없어... 니가 선택해야 할 것의 범위는 수없이 넓어
니가 제일 편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고르고 하도록 해 좋은 결과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건담은 모쌉을 보며 싱긋 미소를 한번 짓고는 지나갔다. 그 때처럼 그녀의 말은 언제나
미래를 향해 있었다. 신비스러운 건담의 말에 홀리기라도 한 듯 모쌉은 아까 그 놀이터로
향했다. 그 곳에는 싱내가 모쌉이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까 모쌉을 보며 환하게 웃던 미소는 없고 그저 쓸쓸한 표정만이 있었다.
모쌉은 조용히 다가가 옆 그네에 앉았다.
"학교에서도 여기서도 미안했어"
모쌉의 말에 싱내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모쌉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그저 표정과 말로서 부정하고 있을 뿐이였다.
"있잖아 이번 주말에 놀이동산에 가지 않을래?"
"그럴까?"
"응 그럼 이번주 일요일 오후 2시까지 여기서 만나기다."
"알았어"
이번주 일요일이면 의사가 말한 모쌉의 사망 예정일이였다.
일요일이 되었다. 모쌉이 약속한 시간보다는 조금 일찍 나와있었다.
잠시 후 싱내도 놀이터로 나왔다. 둘은 열차를 타고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자유이용권으로 두개 끊고 들어갔다.
들어갔을 무렵 4시 정도가 되었다 싱내는 자신이 손수 싸온 도시락을 가지고 모쌉을 데리고
주변 탁자로 향해 늦은 점심을 먹었다. 밝은 태양과 따뜻한 공기 최고의 날이였다. 그리고 음식도
최고로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난 후 여러가지 놀이기구를 탔다. 일단 롤러코스터를 탔다. 올라갈 때 싱내보다
오히려 모쌉이 좀 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정작 내려가자 싱내가 무서워서 모쌉을
꼭 껴안았다. 쑥스러울만도 했지만 모쌉은 이미 정신이 없어서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각종 기념품도 사보고 음식도 사먹으며 서로 사소한 장난도 치다보니 어느세 사이가 더욱
좋아져있었다. 그렇게 놀다보니 7시가 되어있었다. 주변은 어두워져 있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폭죽이 터졌다. 형형색색으로 터진 폭죽은 정말 아름다웠다.
폭죽까지 구경하고 그들은 다시 열차를 타고 돌아갔다.
9시 쯤 되어 도착했다. 역에서 서로 돌아갈 길이 반대였다. 기차역 앞에는 둘 뿐이였다.
"있잖아... 싱내"
"응?"
"있지... 사랑한다... 그리고 미안하다... 나..."
모쌉은 말을 잇지 못하고 돌아서서 집으로 향하였다. 싱내는 그 자리에 서서 모쌉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돌아섰다.
돌아서는 모쌉의 눈에서는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싱내도 마찬가지였다.
"끝까지 폼잡기야? 하여튼 바보라니까.. 흑흑"
싱내의 외마디 볼멘소리는 행복과 슬픔이 섞여 있었다.
모쌉이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더니 고통을 호소했다.
"크윽... 하핫... 이제 마지막인건가...? 나 그래도... 후회 없어.."
흐르는 눈물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모쌉이 헛기침을 심하게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입에서 피를 계속해서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쓰러졌다.
잠시 후 쓰러진 모쌉의 앞으로 건담이 다가왔다.
"사랑이라는 자그마한 기적을 줄게..."
정신을 잃은 모쌉의 귀에는 나지막하게 건담의 말이 들렸다.
건담은 모쌉의 볼에 입맞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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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쌉쳐
씹겠습니다
민선예
프레데토
GG홀릭a
마지막잎새
나라짱게임짱
中。
기동전사건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