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1 다시 살아남.
짙게 깔린 어둠을 뚫고 생성과 소멸과 환생의 어머니인 대지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김성동, 만다라≫
2 죽은 사람이 다시 태어남.
잠에서 깬 아들의 목소리를 한 달 남짓 만에 처음 들은 안골댁이 마치 죽은 아들의 환생을 보듯 눈이 휘둥그레져 한달음에 마루로 뛰어갔다.≪김원일, 불의 제전≫
3 <불교>열반계로부터 부활함. 또는 그런 일. 실대승의 뜻에 의하면, 일단 무여열반에 들어갔으나 아직 업이 다하지 않은 이는 몇 겁이 지난 뒤에 다시 태어나 대승(大乘)의 보리심을 발하며 성불한다고 한다.
4 <불교>부처의 계율을 깨뜨린 이가 참회하고 부처의 참생명으로 다시 돌아감. 또는 그런 일.
갑자기 모든것이 느리게 보인다. 시간감각이 사라진다. 새의 날개짓 하나 하나가 정밀하게 보인다.
시야가 아득해진다. 점점 어두워진다. 이제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몸이 앞으로 쓰러진다. 동시에 바람이 몸 구석구석 스치는것이 다 느껴진다.
소리가 들린다. 멀리 있는 새가 기저귀는 소리까지 들린다.
이제 의식이 사라진다. 몸이 무겁다. 동시에 춥다.
무서웠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아. 이게 죽음이지.
몇번째지? 어째서 전생의 기억이 남아있는걸까?
괴롭다. 이제 그만 죽으면 안될까?
신이여. 왜 나를 시험합니까? 이제 그만 살고 싶습니다.
이제 그만 저를 거두어 주세요.
난 신에게 애원했다. 살기 싫다고. 몇번째인지 이젠 기억도 안난다.
죽을때마다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데 하필이면 전생까지 스쳐가는지라 자아가 붕괴되는 느낌이 아마 이런것일거라고 생각한다.
괴로웠다. 몸부림을 쳐도 이 고통은 사라질줄 모른다.
괴로워하며 절규하다가 다시 잔잔하게 사라지는 고통. 눈이 떠졌다.
"또 여기군."
너무나 하얀 공간. 하늘도 벽도 바닥도 하얗기에 몸이 떠있는 기분이였다. 매번 올때마다 느끼지만 정말이지 익숙치 않다.
이곳에서 하룻동안만 사는것은 평생 감옥에서 사는거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시간개념이 사라지는건지 너무 느리게 느껴진다.
하루가 지났는데 지난지 안지난지 모르기도 하니까.
"안녕? 또 왔네."
그놈이다. 빌어먹을 신. 나를 이 꼬라지로 만든 장본인.
이가 갈렸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목소리는 분명 이 공간에 있는 듯 바로 앞에서 들리는 것 처럼 느껴지지만
실체는 어디있는지 모른다.
난 자리에서 털썩 주저 앉으며 말했다.
"아직도 재밌어?"
난 허탈하게 허허 웃으며 말했다.
"응."
마치 조소를 흘리며 말하는 듯 했다. 실체는 보이진 않지만 확실히 웃음기가 가득한 대답이였다. 너무나 얄미웠다.
마음같아선 갈기갈기 찢어죽이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었다. 난 신에게 말했다.
"몇번째지?"
환생 횟수를 물었다.
"음. 이번에는 내가 심심해서 만든 차원인데 뭐 25번째 삶에서 살았던 지구하고 비슷한 곳이였지. 너의 사안은 갱들의 싸움에서 어이없게 말려들어 총알받이로
쓰이다 단백질덩어리로 된거지. 이제 인간으로 사는건 안지겹냐? 벌써 89번이라고? 총 횟수는 128번이고."
89라.
인간으로써만 속하면 89. 그간 인간이 아닌 벌레,짐승,식물 여러가지로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중 인간이 그나마 나은것 같아 그 후엔 인간으로 살았다.
난 애써 한숨을 쉬며 다음 삶은 뭘로 할지 생각했다. 진짜 이 빌어먹을 환생은 언제쯤 끝나야 할련지.
"이제 그만할래?"
응? 갑자기 무슨소릴까.
"나도 이제 슬슬 지겹다. 니 녀석 살아가는것이 처음엔 재밌었는데 가면 갈수록 너도 평범해지더라고. 그러니까 마지막 인생걸고 게임할래?"
게임?
미치겠군. 또 게임이라니.
이 꼬라지가 된게 게임을 시작해서 져가지고 된건데 게임을 또 하자고? 원래 같으면 거절이였으나 이번엔 '마지막' 이 걸린 일이니 승낙했다.
첫 인생에선 죽고 심심풀이로 신하고 한 게임이 부루마블인데 그것이 지금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놨다. 그 후에도 게임하자고 했으나 난 거절의사만 밝히고 대충 환생했다.
근데 이번엔 무슨게임이지? 부루마블이면 500년 넘게 공략을 했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 이번엔 뭘로 할거냐?"
"주사위."
주사위라니? 뭐지.
"일단 넌 살아나. 주사위 1개를 각각 한개씩 굴리고 그 숫자만큼, 너는 그간 살아오면서 얻은 능력을 이번 환생때 적용해주지. 나는 시련을 줄거다."
능력? 저놈이 미쳤나?
내가 128번 인생을 살면서 아무 능력을 얻지 않았다면 그건 진짜 병신이겠지. 하지만 난 병신이 아니다. 얻은 능력만 해도 수십가지가 넘는다.
마법 검술 도둑질 각종 범죄 신비학 연금술 궁술 단검술 과학 정령마법 마술 세계의 계약 차원의 계약 등 수십 수백가지가 넘는다.
그걸 적용시키겠다고? 여태 까진 자기의 입지가 무너질까 두려워 한번도 적용안시켰던 것이?
"나도 지겨워."
무슨소리지?
"솔직히 나도 신 노릇하는거 지겹다. 그리고 사실 나도 인간에 불과했다. 전대 신하고 게임을 해서 이겨가지고 신이 된거지."
뭐? 그건 처음 듣는 일이군. 근데 왠지 그럴거라 했다. 저놈에겐 신이지만 신같지가 않던 그런 느낌이 들었었는데 그게 맞았다.
"그럼 이번에 내가 이기면 그냥 죽고 천국이나 가는건가?"
그놈은 콧방귀를 뀌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천국?지옥? 미쳤냐? 너정도 하는놈을 그딴 곳이나 보내게? 천국이나 지옥보내면 거기 관리자들 때문에 니만 골치아플걸. 그냥 니도 신해라."
뭐? 이새끼..미쳤나.난 뭐라고 항의하기 전에 갑자기 위에서 주사위가 떨어졌다.
틱...뒹그르르.
[90]
엥? 90? 주사위는 정육면체로 1부터 6까지 있는게 아닌가?
"평범한 주사위겠냐?"
미친놈. 이럴줄 알았어. 90이라면 시련이 90개. 아 염병할.
"자 주사위 들어. 니 차례다."
난 주사위를 들고 숫자가 얼마나 적혀있는지 보았다. 근데 전부 ? 로 되어있었다. 뭐지?
"랜덤이야. 올랜 몰라?"
진짜 개자식이다.
난 쳇하고 주사위를 던졌다. 아 제발. 제발 높은 숫자로.
뒹그르르르르
참 오래도 돈다. 그렇기에 더 미치겠다. 그리곤 주사위가 멈췄다.
몇이지? 몇이지? 난 다급하게 확인했다.
[?]
뭐지 이거? 설마 올랜이라면서 이번 건 렉이라고 지껄일 셈인가?
"젠장."
그놈이 혀를 찼다. 도대체 뭐길래.
"니가 적용시킬수 있는 능력은 무한대. 다 적용이 가능하다. 패널티라면 물론 처음부터 얻는건 아니고 다시 수련해야겠지."
나이스. 나이스군. 정말 이번이 마지막 삶이라고 너무나 가슴에 와닿는다. 그럼 세계와 나는 뭘로 결정되는거지? 난 그것을 물어볼려고 할 때 갑자기 몸이 무거워진다.
설마? 에이 아니겠지. 분명 이건 다시 살아날때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번엔 내가 불리하니까 그냥 랜덤으로 보낼께. 잘해봐."
아 씨발. 진짜 개자식이다.
"야 이 개자식아!!!!!!!!!!!!!!"
그렇게 다시 의식을 잃었다. |
천화
방송
검은빛다이아
모르면쌉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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