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군과 대치하고 있은지 벌써 2주째. 아직 2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피는 벌써 땅을 물들였고
시체는 누구 하나 감히 치우지 못한체 널부러져있었다. 이제는 조용히 참호에 앉아있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온 몸에 피가 튀어있지만 닦을 힘도 또 생각도 없다.
그들의 피가 내 몸에 많이 튈 수록 왠지 이 지긋한 전쟁의 끝에 다가가는 것 같아 닦지않았다.
생각도 하지 않았다. 벌써 많은 사상자를 낸 이 전투에서 죽어가는 전우를 보고 여러가지
감정들이 군내에 감돌았다- 분노,증오,괴로움,아픔,죄책감, 등등. 한 쪽에서는 이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들-즉 정치인들-을 욕하기 시작했다.
"이 전쟁은 다 그 돼지새끼들을 위한거야. 우리가 뭔 죄냐고? 그들이 원한 전쟁이면 그들이
해야 마땅한 거 아니냐?" 한 병장이 설교를 하기 시작한다.
"그럼 군에 왜들어 왔는교?" 지친 기색이 역력한 이병은 치켜올리며 반문한다.
"끌려온거야.... 내가 미쳤다고 내 발로 들어왔겠냐?"
"지금 와서 이런다고 해서 뭐 바뀌겠냐? 늦었어! 니들 살 생각이나 하라고..."
김 하사가 병장에 어깨에 손을 얻고 위로한다.
김 하사가 반대편에 덜덜 떨고있는 이등병을 위로한다.
"조금만 기다려 이 전투가 끝나면 니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어."
이등병은 총은 내려놓고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나한테 왔을 떄 그는 담배를 권했다. 나는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바로 거두었다.
그가 비웃듯이 나에게 물었다.
"그래, 하나님이 너에게 전쟁이 언제 끝나는지 알려주든?"
"...."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뭐라 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긴 정적이 흐른 후 나도 모르게 질문을 던졌다.
"하사님은 전쟁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습니까?"
"난 자원해서 입대했지. 이 길이 나라를 위한 충성이라 생각했거든.... 그런 너는?"
"저는 징집병입니다."
"....."
"너는 어떠냐? 이 모든 것이 나라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냐?"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아닐 지도 모릅니다."
"걱정마라. 여기에 나라를 위해 싸우는 사람은 없어. 다 나를 위한 것일 뿐이야. 초심은
이렇지 않았지만, 쓰러져가는 녀석들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저들처럼 되리라는 생각을 하지.
이제는 나라가 아니라 나를 위해 싸울 뿐이야."
누군가 김 하사를 호명하고 데려갔다.
그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자원입대를 한 사람이든 징집된 사람이든 전투를 경험한 후에는
두번다시 겪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나를 위해 싸우는 것이 된다.
우리가 이기적인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나' 라는 존재 없이는 '우리'도
없는 것이니까..... 이 전쟁이 끝나도 다른 전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마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존재하는 한 끝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인생은 탄생이라는 전쟁으로
시작해서 죽음이라는 전쟁으로 끝을 맺는다.
검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반대쪽 참호에서 귀따가운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나는 피가 들러붙은 총검을 장착한다.
가늠쇠를 조정하고 적이 시야에 올 때까지 그것에 눈을 떼지 않았다.
나는 아직 전투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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